보고 따라 해 주실 대상은 부엌이 낯선 30-50대 남성분입니다.
물론, 주방이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다소 레벨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신 분들은 요리연구가 분들의 삼계탕 레시피를 보시면 매우 유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곧 초복이 돌아옵니다. 7월 제철음식은 바로 삼계탕이지요.
물론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실은 저번 닭가슴살 죽을 먹고도 기침을 간간히 해대는 둘째 남자아이가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서 보양식 삼계탕을 도전했습니다.
아마 삼계탕 레시피를 검색하면, 한 100페이지 정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 30페이지 정도 본듯한데, 저는 봐도 잘 감이 안 왔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말입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봤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오늘의 준비물(꽃미남 아저씨1명, 7세 여아1명, 5세 남아1명 기준)
삼계탕 레시피 시작.
- 생닭 1마리(절대로 큰 닭은 사지마세요.)
- 마늘 또는 다진 마늘, 야채 (필수입니다.)
- 소금, 한약팩입니다.
- 그리고 상남자의 땀이면 충분합니다.
집에서 해먹는 삼계탕은 몸에도 좋겠지만, 가성비가 훌륭한 음식입니다.
3명이서 밖에서 사먹으면, 최하 7,000원 X 3인 = 21,000원 + 이동 유류비.
거기에 7세 이하 아이들은 먹어봐야 얼마 먹지도 못합니다.
절반 이상은 남기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와야겠지요.
하지만, 집에서 해먹으면 7,000원 언저리로 가능합니다.
그리고 해먹고 남은 삼계탕은 닭죽으로 변신하여 다음 날 식사로도 해결이 되지요.
맛있는 부위, 야들야들한 부위는 아이들에게 주고 우린 뻑뻑한 살을 먹으면 됩니다.
우린 상남자니깐요
삼계탕 정말 굉장한 음식입니다.
먼저 마트에 갑니다.
마트에 가서 정육코너를 들어갑니다.
완제품 생닭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정육코너 안에 들어있는 생닭을 사야 합니다.
그리고 정육코너 안에 계신 흰 옷을 입은 분에게 말씀드립니다.
오늘 처음으로 용기 내서 삼계탕을 하려 합니다.
"혹시 손질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그럼 그 흰옷을 입은 분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네 해드릴게요" 이런 대답을 해주실 겁니다.
성공.
그 분은 대수롭지 않게 몇 군데를 자르고, 분해시켜주실 겁니다.
이렇게 한 마디의 문의로 생닭 손질의 60%가 끝났습니다.
- 한약팩(여러 종류가 있을 겁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닭입니다.)
- 채소 : 마늘, 대파는 꼭 준비하셔야 합니다.
- 초복을 대비하실려면,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도 좋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빠르게 냄비 등에 물을 끓입니다.
그리고 한약팩을 개봉합니다.
뭔가 알차 보입니다.
한약팩에는 뽕나무, 헛개나무, 엄나무, 오가목, 대추, 은행, 황기 등이 들어있습니다. (모두 국산)
이 한 끼에 슈퍼맨이 될 수는 없기에 이 정도 한약팩이면 충분하리라 생각이 듭니다.그러고 보니 모두 나무인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한약팩을 몽땅 넣습니다.
이 물을 우리는 이제 '육수'라 부를 예정입니다.
그리고 끓입니다. 닭이 정리될 때까지 말이죠.
정육코너에서 손질은 해주었지만, 여기서 개인 취향에 따라 추가 손질을 해야 합니다.
생닭을 유심히 보면, 딱 5가지 색밖에 안보입니다.
닭껍질색, 살색, 뼈 색, 이색 그리고 누런색.
우리는 피 색과 누런색을 모두 없애야 합니다.
이것들은 삼계탕이 완성된 이후에 특유의 느끼함을 폐부 깊숙한 곳까지 지를 놈들입니다.
제거해줍니다.
다음, 개인 취향에 따라 닭껍질을 날려줍니다.
저는 누린내가 싫어서 가위와 칼을 가지고 분해해주었습니다.
어렵지 않냐고요?
전 상남자니깐요.
삼천포로 좀 빠졌습니다.
다들 낚시하신 물고기 손질은 해보셨지요?
닭 별거 아닙니다.
메뉴얼 대로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물고기는 손질 잘못하면 티가 나지만, 생닭은 다리만 2개 있으면 아무도 모릅니다.죄송합니다.
그렇게 생닭의 껍질을 떠줍니다.
가끔가다 질긴 부분 나오면 칼은 내려두시고, 가위로 끝내버리세요.'장미가위 갖고 싶다.'
껍질만 이정도가 나왔네요.
이쯤되면, 육수는 엄청 끓고 있을겁니다.
잠시 꺼두시고 잠시후에 다시 끓이셔도 됩니다.
최대한 오래 우려낸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시고 끊임없으 끓이세요.
이제 큰 냄비에 물을 넣습니다.
물의 양은 중요치 않습니다.
한 번 끓이고 버릴 겁니다.
물이 끓으면 상남자의 정성이 가득한 생닭을 넣어둡니다.
약 5분 정도 끓입니다.
그리고 구멍이 나있는 바가지에 붓습니다.
그렇게 국물은 모두 제거 합니다.
큰 냄비는 빠르게 한 번 설겆이 해줍니다.
아마 노릇노릇한게 묻어있을겁니다. (그놈이 우리가 제거하지 못한 흔적들입니다.)
큰 냄비에 육수를 부어버립니다.
약재와 한약팩도 같이 넣습니다.
그리고 마늘 또는 다진 마늘을 넣습니다.
소금은 반 숟가락 넣으면 됩니다.
나중되서 짜다 싶으면 물 더 넣으시면 되고, 너무 밍밍하다 싶으면 넣으면 됩니다.
또 기회 있습니다. 걱정하지마세요.
끓이면서 휘저어 줍니다. 잘 녹고 잘 어우러지게 말입니다.
펄펄 끓기 시작하면, 우리의 생 닭을 넣어야겠죠?
위에 쓴 글에 큰 닭은 사지말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전 큰 닭을 샀습니다. 그래서 후회중입니다.
제 눈에 뻑뻑한 살들이 보입니다.
가족 아무도 먹지 않을 그살들.
절대 작은 닭 사세요.
20분 이상 끓입니다.
전기밥솥으로 해도 좋긴 한데, 이미 밥솥에 쌀이 들어있어서 그건 포기했습니다.
끓이는 중에 집게등으로 뼈와 살이 같이 있는 부위를 파해쳐보세요.
뼈에 피가 남아있으면, 아직 부족한 겁니다.
그리고 한참 익는 냄새가 진해질 때, 파를 넣어줍니다.
그렇게 더 끓이다보면, 어느샌가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스스로 감탄합니다.
오늘도 성공하셨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 위에서 보면 찹쌀이나, 밥을 넣으라는 얘기가 없습니다.
우린 승부를 봐야합니다. 찹쌀 이나 밥 넣고 줘봐야 아이들의 위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잘 익은 닭다리를 넓은 접시에 올려서 줍니다.
왠 데코냐구요?
뜨거워서 놓치거나, 흘리거나 둘 중에 하나 일겁니다.
그래서 넓은 접시로 줍니다.
다 먹을 때쯤 야들야들한 살을 발라서 국그릇에 옮겨 담습니다.
그때 밥을 두어 숟갈 넣어줍니다. (저희 아이들 기준입니다.)
그리고 주면 끝납니다.
이렇게 7월 제철음식 삼계탕이 끝났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남은 삼계탕은 잘 보관하셨다가 집에 계신 다른 분에게 닭죽을 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또는 <부엌남자> 시리즈의 전 편에 있는 닭가슴살죽을 해주시면됩니다.
어차피 그 닭이 그 닭입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자다운 오늘의 모습.
그 누구도 맛은 기억하지 못할지언정, 집에서 삼계탕 해주는 상남자가 되신 겁니다.
(물론 맛있을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상남자의 길을 걷습니다.
낯설은 부엌에 오늘도 한 걸음 다가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복때 전복 삼계탕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