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엌남자의 다양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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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원해서 시작한 일이라지만,

알고보면 내 스스로가 원했던 것 같다.

 

자그마한 힐링을 원했는지,

그저 물고기가 보고 싶었던 것인지,

치열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소일거리를 찾고자 하는 생각이였는지 모르겠다.

 

작디 작은 자반 어항에 막구피 4마리를

시작으로 테트라가 들어오고,

안시와 코리가 들어왔다.

(비파인줄알았는데, 안시였던 것은 나중에 안 사실)

그렇게 어항 안에 열대어들이

한마리 두마리씩 늘어나더니

말로만 듣던 막구피의 엄청난 번식력에 힘입어

지금은 30마리가 넘는 열대어가 살고 있다.

 

 

 

그저 먹이를 많이 줘서 뚱뚱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구피들은 출산을 하였고,

어항의 한 구석에는 구피 치어들이

무리를 지어서 숨어다녔다.

 

이른바 물생활(물고기를 키우는 생활의 줄임말이라고 한다)하는 분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는 자반 어항에 이탄(이산화탄소 발생기)도 없이 이 막 수초를 키우고 있노라니 나 역시 큰 어항에서 시원하게 키우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였다.

 

하지만, 집 안에서 나의 직책은 가장이자 아빠이다. 나의 욕구를 표출하기 보다는 아이들과 아내의 의견에 귀를 귀울여야 하는 처지라 거실의 한 부분을 차지할 큰 수조에 대한 꿈은 접기로 하였다.

 

꿈은 접었지만, 아침마다 구피들에게 한 숟가락씩 먹이를 주는 상황이 발생되다보니, 조금이라도 편하게 키우고 싶은 욕구만 커져갔다. 먹이를 자주 주니 구피 이하 열대어들의 똥과 분진들은 자꾸만 늘어갔고, 환수를 자주 할 수 있는 것도 문제가 있는 터라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하였다.

 


어떻게 하면 쉽게 물고기를 키울 수 있을까?

 

인터넷 커뮤니티 중에 열대어나 구피 관련된 카페도 가입하고, 기억도 안나는 수능 보았을 때를 떠올리며 열심히 공부하였다. 환수, 질산염, 수류, 물달팽이, 구피치어, 온도 등 열거하기조차 많은 문제점이 언제라도 나의 사랑스러운 구피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난 그저 모래밭에서 두꺼비 집을 만들려고 한 것 뿐인데, 조금 과장해서 전원주택을 짓는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 것이였다. 공부를 멈추고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편안한 물생활을 위한 집똥기 제작

 

 

 

그렇다! 나는 그저 어항 안에 많은 열대어들이 싸고 있는 똥만 치우면 된다. 생각을 고쳐먹고는 똥만 치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다시 검색에 돌입하였다. 그리고 발견하였다. 바로 '집똥기'였다. 직접 만들어서 쓰는 분들도 계셨고, 기성품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어차피 물생활을 하는 이상 본인만의 고민이 아닌 만인의 고민이였다.) 하지만 어차피 소일거리로 시작한 이상 직접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퇴근 길, 집에 오는 길에 다이O에 들려서 수중 모터를 비롯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서 모두가 잠든 사이에 제작에 나섰다. 그리고 시험 가동에 들어섰다. 택도 없었다. 간단하게 수중모터의 힘이 부족한 것이였다. 그래서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였다. 7w 수중모터로 말이다. 생수병을 반으로 자르고, 여과제를 넣고 솜을 넣고 수중모터를 달은 다음 다시 가동하였다. 오! 놀라웠다. 모든 것이 빨려가고 있었다. 어항 바닥에 있던 똥들도, 수초에서 떨어져나간 잎사귀도, 그리고 구피 치어들도 빨려 들어갔다. 바로 중단했다.

 

우선은 구피 치어들을 분리하여 다른 공간에 두기로 하였다. 그리고 다시 자작 집똥기를 가동시켰다. 정말 맘에 들었다. 몇 만원하는 집똥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내 손으로 만들어서 이런 효과를 거두다니! 나는 금손이다.

 


집똥기를 어떻게 사용하여야 편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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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똥기를 켜두기만 하면 먹이를 얼마를 주던 간에 남은 찌꺼기들은 모두 집똥기가 흡수하였다. 정말 편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가고 퇴근 후에 멍하니 어항을 바로 보고 있는데, 집똥기의 밑 부분이 녹색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집똥기의 하단은 스폰지 또는 솜이 들어가기에 흰색이 되어야 했다.) 이끼가 끼고, 먹이 찌꺼기 및 똥으로 인해 물을 깨끗하게 해주어야 하는 도구가 오히려 물을 더럽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집똥기가 있다고 물이 늘 깨끗해지는 것이 아닌, 집똥기를 사용한 후에 집똥기를 꾸준히 청소해 주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일이 끝이 없다. 얼마 살지 않은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아니 누구나 다 해당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에는 일을 벌리고, 커가며 일을 벌린 것을 수습하는 능력을 기르고. 어느덧 남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 이제 몇 일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한 가지를 줄이자고 한 일이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 버렸으니 결과적으로는 하나 안하나 같은 일을 해버린 것이니 말이다. 정말 물생활하시는 분들 존경스럽다. 아니 모든 반려생물을 키우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나는 이제 다시 또 다른 손쉬운 방법을 찾아 인터넷을 뒤져야한다. 어차피 먹이 주는 즐거움은 나에게 없으니 똥이라도 치우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집똥기를 사용할 땐, 콩돌등을 이용해서 수류를 만들어주면 효과가 더욱 좋아진다.

 

 

주절주절 그간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간략한 설계도가 나올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

 

참. 공감 눌러주시면, 오늘 밤에 감사한 마음에 일기장에 써놓을 생각입니다.

거기에 힘내라는 한 마디라도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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